외부의 침입에 대해 도시들은 성처럼 조직되어 있었고 자체의 군대를 가지고 자주국방을 했다. 시민들의 조국은 독일이 아니라, 이를테면 뉘른베르크 또는 뇌르틀링겐이었다.
수도원들이 종단(宗團)을 통해서 전체적인 연계망을 구축했듯이 도시들 도 도시연맹을 조직했다. 유일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장 크고 막강한 도시 연맹은 북독일의 한자 Hanse였다(약개의 도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도적인 도시는 뤼벡, 전성기 14~15세기). 동부지역(나중에 구동독의 슐레지엔과 포메른)의 독일인들도 도시를 건설했다. 동부지역의 식민화는 1150년부터 대략 1350년까지 계속되었다(베를린에 대한 최초의 역사 기록은 1244). 유럽에서 도시가 유달리 번성한 곳은 북이탈리아 지방(베네치아, 베로나, 밀라노, 피렌체, 제노바)과 플랑드르 지방(브루게,겐트, 안트웨르펜)이었다. 이 두 곳에서는 도시들이 고도로 발달한 문화와 합리적인 행정조직을 갖춘 현대적인 미니 국가로 발전했다. 독일에서는 한자 도시들 이외에 아우구스 부르크와 뉘른베르크가 시민문화의 요람으로 등장했으며,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도시들은 현대 회화의 산실이 되었다.
성당과 대학
또한 중세 건축술의 가장 위대한 기념비인 성당들을 건축한 것도 대부 분 대도시들이었다. 이 성당들은 그 전 시대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둥근 궁륭(隆)과 구분되는 뾰족한 궁륭들을 오늘날까지 지니고 있다. 첨두(尖 頭)로 수렴해 하나로 묶은 가는 기둥 다발과 뾰족한 궁륭들은 훨훨 타오르 는 화염과 광선의 상승 의지를 암시한다. 이런 양식은 재료가 중력 때문에 땅에 무겁게 가라앉는 인상을 떨쳐버리고, 무수히 많은 조각품으로 가득 찬 바위산의 이미지를 하나의 공간 원칙으로 통일하여 시각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했다. 상승하는 수직선들은 신을 향한 신앙의 표현이었다. 샤르트 르, 랭스 파리, 스트라스부르, 또는 쾰른의 대성당은 세계의 가장 놀라운 건축물들에 속한다. 그 성당들은 중세의 세계상을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현세의 다양한 재료가 내세의 통일적 초월성, 즉 빛과 대립하고 있다. 중세 도시들에는 오늘날까지도 부분적으로 흔적이 남아 있는 또 하나의 제도, 즉 대학이 생겨났다. 가장 유명한 대학은 파리,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파두아 그리고 프라하에 있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유7 학예'를 배 웠다.이른바 3학(문법 · 논리학 · 수사학)과 4학(음악 · 산술 · 기하학 · 천문학) 이 그것이었다. 그밖에도 법률학, 의학 그리고 (신학을 포함한) 철학에 대한 전문 연구도 이루어졌다. 이 모든 분과를 지배하는 철학자는 아리스토 텔레 스였다. 그의 텍스트들은 아라비아 대학들을 통해 전해 내려왔다. 중세의 스콜라 철학의 주요 과제는 기독교의 세계상을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들로 체계화하는 것이었다. 이를 시도한 가장 유명한 중세 철학자는 토마스 아퀴나스였다. 그는 오늘날까지도 가톨릭 철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매우 뚱뚱해서 식사 때 손이 음식에 닿도록 식탁 가장자리를 톱으로 우묵하게 잘라내야 했다.
우주론
중세의 우주는 문학작품에서나 가능한 위계질서에 따라 구성된 세계다. 우주의 중심에는 지구가 있고, 지구 둘레를 행성들이 도는데, 달과 태양도 마찬가지다. 이것들은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커지는 순수한 크리스털 껍질에 박혀 있다. 달의 하부에는 변하기 쉬운 나라가 존재하고(달 모양이 초승달, 반달 따위로 변하므로 옮긴이) 그 상부에는 조화와 안식이 지배한다. 크리스털 껍질은 빙빙 돌면서 우주 공간의 음악을 생산한다. 따라서 괴테 의 『파우스트』의 첫 구절은 “태양은 옛날처럼 형제 별들과 경쟁하며 부르는 노랫소리로 쟁쟁하고......”로 되어 있다. | 지구는4 원소,즉 불 · 공기 ·물·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원소들은 다시금 네 가지의 주요 속성들인 온 냉습 건(溫令)으로溫令) 재조합되어 있다. 즉 불은 따뜻하고 건조하며, 공기는 따뜻하고 습하며, 물은 습하고 차가우며, 흙은 차갑고 건조하다. 사람은 네 가지 체액에 상응하는 요소들, 즉 노 란 담즙, 검은 담즙, 피 그리고 점액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조화롭게 배합된 사람은 조화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중 어느 하나가 과도 하면 거기에 해당하는 성격이 두드러진다. 노란 담즙이 많으면 다혈질이 되어 성급하고, 검은 담즙이 많으면 염세주의자가 되어 우울하며, 피가 많으면 낙천가가 되어 명랑하지만, 점액이 많으면 점액질이 되어 굼뜨고 느리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희곡은 이런 유형학에 따라 쓰였다.예컨대 햄릿은 전형적인 염세주의자이며, 리어왕은 확고한 다혈질이다. 별들의 상층부에는 신이 이들을 감싸면서 영원히 살아 있다. 이에 비해 달의 하층 세계에서는 분란한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도 위 계 질서가 있다. 최하층은 광물계이고, 그 다음에는 생명이 있으며, 이것은 다시 식물계와 동물계로 구분된다. 그 위에는 합리성의 세계가 시작되며, 여기에는 천사의 영들이 살고 있다. 정확히 그 한가운데, 그러니까 지구에는 인간이 서 있으며 양측의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동물이자 천사이며,물질이자 정신이다. 그는 죽을 때 정련되는데(깨끗이 세정되어 분리되는데), 즉 흙으로 된 부분은 흙으로 돌아가며 합리적 영혼은 혼령들이 사는 크리스털 별세계로 올라간다. 왜냐하면 현세에 이미 그의 영혼은 크리스털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울과도 같아, 다른 것을 보이게 하기 위 해 그 자체는 보이지 않으며, 늘 변하는 현상들을 파악할 수 있기 위해서 불변한다. | 이렇게 세계의 중심인 인간은 그 자체로 소우주이며, 흙으로 된 몸에서 합리성의 태양이 빛나고 있다.
세계는 대략 6,000년 전에 신에 의해 창조되었으며 시시각각 노화하고 있다. 신이 계속해서 붙들고 있지 않으면, 세계는 언제라도 즉시 해체될 것이다.즉 세계는 빈틈없는 인과의 연쇄를 통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손을 통해 유지된다. 인과성은 아직 강제성이 없어 신이 언제라도 기적을 통해 개입할 수 있다. 신은 오늘날의 견해처럼 한 번의 창조 후에 과거 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주의 지붕 꼭대기층에 중세인들과 나란히 살 고 있으면서 모든 것을 감찰한다. 그는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현재다. 그는 정기적으로 그를 위해 준비된 행사들, 만찬 · 축일 그리고 그 밖의 미사의 헌금 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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